'예상치 못했지만, 놀랍진 않다'…광주비엔날레 '대만관' 명칭 논란, 어떤 일이 있었나

광주비엔날레 '대만관' 푯말

사진 출처, Cheng Ting-ting

사진 설명, 1995년에 창설된 광주비엔날레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가장 영향력 있는 국제 현대미술 전시회 중 하나다
    • 기자, 양링위
    • 기자, BBC 중국어 서비스
    • Reporting from, 타이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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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초, 대만 예술가 정팅팅은 자신이 참가할 예정이던 한국 '광주비엔날레' 포스터에서 '대만'이라는 명칭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갑작스럽게 알게 됐다.

이 알록달록한 포스터 속 적혀 있던 '대만(Taiwan)'은 개막 전에 '국립대만미술관(NTMoFA)'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러나 주최 측은 이렇게 명칭을 변경하기 전 대만 측 참가자들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다고 했다.

정팅팅은 BBC 중국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소식을 매우 수동적인 방식으로 접하게 됐다고 토로했다.

"다른 예술가의 친구가 포스터를 보고 '대만관에 참가한다고 하지 않았어? 왜 대만관은 없어?'라고 물어서 알게 됐습니다."

몇 달 전, 그는 작품 '구술 영상'으로 9월 광주비엔날레의 대만관 전시회인 '무한 복제: 회색 지대' 전시회에 초청받았다. 이번 전시에는 다른 대만 예술가 8명도 함께 참가할 예정이었다.

정팅팅에 따르면 대만관 큐레이터인 천샹웬은 준비 과정에서 몇몇 '난관'에 부딪혔다고 언급했다. 다만 그는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고 "계속 방법을 찾고 있다"고만 말했다.

그 후 정팅팅은 포스터에서 '대만'이라는 이름이 사라진 것을 발견했다.

정팅팅은 "예상한 일이라고는 말할 수 없지만, 놀랍지도 않다. '대만'이라는 이름은 실제로 세상에 드러내기 어려운 명칭"이라고 토로했다.

"(다만) 모든 사람에게는 '우리는 도대체 누구인지' 정체성을 밝힐 권리가 있으며, 이 권리를 박탈해서는 안 됩니다."

지난 5일 비엔날레 개막 직전까지 명칭 변경 논란이 계속 확산되자, 중국 측은 결국 참가를 철회하겠다고 선언했다.

한 전문가는 이번 사건이 중국의 압박 하에 벌어진 것으로, 최근 몇 년간 국제 예술·문화계에서 여러 차례 발생해온 대만 명칭 논란의 연장선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대만 명칭 문제를 둘러싸고 양안 간 대립이 격화된 또다른 사례다. 지난해 말에는 한국이 전자입국신고서에 '대만'을 '중국(대만)'으로 표기하며 대만 현지에서 논란이 불거진 적이 있다.

2026 한국 광주비엔날레 홍보 포스터

사진 출처, Instagram/gwangjubiennale

무슨 일이 일어났나

1995년에 창설된 광주비엔날레는 아시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며, 가장 영향력 있는 국제 현대미술 전시회 중 하나다. 1980년 광주 민주화 운동을 기념하고, 자유·인권·평화와 같은 핵심 가치를 고취하기 위해 시작됐다.

9월 5일부터 11월 15일까지 열릴 예정인 이번 비엔날레에서 국립대만미술관은 '파빌리온 프로젝트(Pavilion Project)' 참가를 신청했고, '대만관(Taiwan Pavilion)'이라는 이름으로 주최 측과 연락을 주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8월 초 주최 측이 공개한 전자 홍보물에는 원래의 '대만' 문구가 사라지고, 대신 미술관의 영어 약칭인 'NTMoFA'가 적혀 있었다.

대만관 큐레이터인 천샹웬은 대만 중앙통신사 인터뷰에서 광주비엔날레 주최 측과 적극적으로 소통했다면서, 주최 측이 "(명칭 변경)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밝히고, 대만관과의 소통 과정에서 명칭을 바꾼 이유를 설명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이번 행사에 초청받은 대만 예술가 및 큐레이터 10명은 8월 중순 '검열받는 대만관'이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을 통해 "왜 참가자들이 자발적으로 정한 명칭이 정치적 제약을 받아야 하는가"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대만 문화부 또한 "대만은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항의의 뜻을 밝혔다.

공동성명문 전문

사진 출처, PROVIDED

사진 설명, 초청받은 대만 예술가 및 큐레이터 10인은 지난 8월 중순에 '검열받는 대만관'이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이번 논란이 불거진 후, 한국의 예술가 단체 '검열에 반대하는 예술인 연대'는 주최 측의 행태가 '정치적 검열'이나 다름없으며, 이번 논란에 대해 여전히 아무런 설명이나 사과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지지를 표명했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지난달 19일 입장문을 통해 전시의 기획과 내용에 어떠한 개입이나 검열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NTMoFA는 기관 명의로 파빌리온 전시 계약을 체결했다"라며 "국가관과 기관관이 병행되는 광주비엔날레 파빌리온 프로젝트의 운영 구조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재단 측은 이번 논란이 정치적·외교적인 문제로 비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한편 대만 문화부는 이에 대해 한국 측의 설명이 잘못됐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대만관' 명칭이 갑작스럽게 변경된 모든 과정을 관련 서신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광주비엔날레에는 총 27개의 파빌리온(전시관)이 참가했다. 브라질·캐나다·인도네시아 등 다른 여러 참가국들도 현지 예술 기관이나 예술가가 전시를 기획했으나, 각국 명칭을 전시관 이름으로 사용했다.

지난 기록을 살펴보면, 대만은 1995년부터 개별 예술가들이 광주비엔날레에 참여해왔으며, 이후에는 대만 기관과 정부 차원의 참여도 이어졌다. 일례로 2021년에는 '대만 C-LAB 전시관'에서 '한쌍의 메아리'라는 전시를 선보인 바 있다.

전시장 내부

사진 출처, Getty Images

사진 설명, 한국의 '검열에 반대하는 예술인 연대'는 주최 측의 행태가 '정치적 검열'이나 다름없으며, 이번 논란에 대해 여전히 아무런 설명이나 사과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지적하며 지지를 표명했다

'대만관' 명칭 복원, 중국은 불참 선언

이번 논란의 전환점은 지난 8월 말로 거슬러 올라간다.

8월 25일, 광주비엔날레 주최 측은 '대만관' 명칭 사용을 승인한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 예술계 인사들은 광주비엔날레 주최 측이 "'대만관' 명칭 사용을 승인했다"는 표현이 유감스럽다며 "도대체 누가 무엇을 승인한 것인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그러면서 예술의 장은 외교적 타협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되며, 자유로운 표현과 실천이 어우러지는 독립된 공간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만관' 포스터

사진 출처, Cheng Ting-ting

사진 설명, 8월 하순, 광주 비엔날레 주최 측은 '대만관(Taiwan Pavilion)'이라는 명칭을 다시 사용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대만관'이라는 명칭이 복원된 후, 중국 측은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참가 중인 자국 예술가들에게 전시 철수를 지시했다.

다이빙 주한중국대사 또한 주최 측의 '대만관' 명칭 사용을 승인한 것에 대해 유감과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광주시는 이후 성명을 통해 "정부의 외교 정책 기조에 따라 '하나의 중국'을 존중하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대만 파빌리온 명칭은 예술 영역에서 참여 예술가들에게 맡긴 표현일 뿐, 시와 비엔날레가 대만을 국가로 인정한다는 의미가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중국 전시팀은 지난 3일 기자회견을 열고 항의를 표명하며 전시에서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중국관 큐레이터 루안웨라이는 기자회견에서 광주비엔날레를 중요하게 여기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주최 측이 잘못된 명칭을 사용함으로써 정치적 요인이 예술 분야에 개입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해당 기자회견은 단 3분 만에 끝났으며, 중국 예술가들이 공식 입장만 밝혔을 뿐 질의응답 시간은 없었다.

또한 중국 측은 주최 측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심각하게 위반해" 한-중 관계의 정치적 기반을 훼손하고 있다며, 이에 "단호히 반대하며 결코 용납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중국의 대외 압력이 초래한 '자가 검열'

한편 대만 국립정치대학 '국가발전연구소'의 황자오녠 부교수는 BBC 중국어 서비스와의 인터뷰에서, 광주 비엔날레 측이 왜 처음에 '대만관'이라는 명칭을 삭제하기로 했는지 외부에서 정확히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이번 사건은 중국이 대외 영향력 행사할 때 나타나는 전형적인 패턴에 부합한다고 분석했다.

황 교수는 중국이 오랫동안 정치적·경제적 영향력을 이용해 국제사회가 대만을 지칭하는 방식과 대만의 위치를 좌우하려고 해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움직임은 특히 지난 10년간 "더 빈번해지고, 더 강경해지고,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 당국이 2010년대부터 점차 민족주의 담론을 정치적 정당성을 유지하기 위한 핵심축으로 삼아온 만큼, 대만의 주권을 상징하는 사안에 대해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외교·경제적 힘과 시장의 힘까지 동원해 대외 기관의 의사결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황 교수는 각국 정부·기업·기관들이 "중국과의 외교 관계나 시장을 잃을까 두려워 자가 검열에 나서고 있다"며 이번 광주비엔날레 사례도 바로 이러한 흐름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광주시가 이후 '하나의 중국' 정책을 존중한다고 재차 밝힌 것도 외교적 압력 하에서 이루어진 타협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렇듯 국경을 뛰어넘는 영향력 행사에 맞서기 위해서는 이를 끊임없이 폭로해 외부 세계에 언론·표현·예술 창작의 자유가 어떤 압박을 받고 있는지 알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행태가 '암묵적인 규칙'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만관 홍보 포스터

사진 출처, PROVIDED

최근 몇 년간 불거진 예술·문화 행사 논란

이번 광주비엔날레 사건은 최근 몇 년간 대만의 명칭과 지위를 둘러싼 여러 예술·문화 행사 논란 중 하나다.

마찬가지로 올해 8월, 대만 예술가들은 스웨덴 동아시아박물관에 전시 작품을 설치하던 중, 주스웨덴 중국 대사관으로부터 강력한 항의와 압력을 받았다.

중국 측은 8월 하순, 원래 동아시아박물관에서 동시에 열릴 예정이었던 제백석 전시를 취소했으나, 이 스웨덴 박물관 측은 대만 팀의 작품 설치를 지속적으로 지원했다.

지난해 9월에는 대만 예술가들이 카자흐스탄 중앙박물관 기획전에 초청받았으나, 대만 외교부는 중국 정부의 압력으로 인해 박물관 측이 전시를 앞두고 돌연 '관내 리모델링'을 핑계로 전시를 갑작스럽게 취소하고 계약을 해지했다고 밝혔다.

2022년 3월에는 중국 외교 당국이 이탈리아 볼로냐 현지 도지사에게 항의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볼로냐 아동 도서전에서 대만 일러스트레이터 조페이신의 개인 전시 구역에 '대만'이라는 명칭이 아니라 '중국 대만'으로 바꿔야한다는 요구였다.

결국 도서전 주최 측은 타협안으로 해당 전시 구역에 참가한 모든 예술가의 국적을 스티커로 가리거나 지워버렸다.